나경에게
나는 네가 아니었다면
무척이나 가난한 사람이 되었겠지?
사랑을 주는 법도, 받는 법도 모르는 어설픈 어른이 되었을 거야
지나온 6년 동안
참 많은 마음을 겹겹이도 쌓아왔지만
앞으로의 시간 동안엔 더 많은 사랑을 말해줄게
네가 겪은 어떠한 불행과 슬픔에도
결코 네 잘못은 없는 걸
그러니 네 안에서 너무 많은 이유를 찾으려 들지 말아줘
우리는 시간을 허비하는 순간마저 낭만으로 여길 줄 아는 사람들이지만,
그런 데까지는 허투루 시간을 낭비하지 말자
네가 겪어온 그 억겁의 시간과 상처들을 사랑해
그 날들의 고나경도, 지금의 고나경도 전부 사랑해
생각해보면
첫 교복을 맞추던 순간부터 불행은 늘 내게 닥쳐왔지만,
겪어도 겪어도 면역 같은 건 생기지 않았어
불행에도 면역이 통하지 않는다면,
너와의 이 소중한 마음에도 내성 같은 게 생기지 않길 바라
늘 너와의 사랑을 처음처럼 귀하게 다루고 싶어
사랑을 닮은 나경아
가장 유약하고 예민했던 그 열여덟 시절에
그 모든 걸 포기하고 내게 와줘서 고마워
그 시절에 네가 있었기에
내가 버틸 수 있었다는 말, 사실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해
앞으로도 그럴 거란 걸, 너도 알지?
넌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야
내가 가장 아끼는 영혼이야
사랑스러운 여름을 함께 보내자
태어나줘서 고마워
너는 내게 축복이고,
이 세상에도 꼭 필요한 존재니까
부디 혐오로 얼룩진 밤들 속에서 너무 많이 외롭지 않기를
서른의 나, 예순의 나—
미래 같은 건 전혀 그려지지 않아
내가 어디에서, 어떤 모습으로 존재할지
아무 감도 잡히지 않지만,
그럼에도
어떤 형태로든 살아가고 있다면
너와의 관계만은 영원토록 이어졌으면 좋겠어
몇 살의 생일이든, 몇 살의 불안이든
모든 작고 큰 일들을 축복하고 슬퍼할 때
늘 너와 함께였으면 좋겠어
"영원 같은 건 없어"라고 염세적인 어른들은 말하고,
점점 냉소주의적인 태도를 취하게 되는 나 스스로도
조금은 그렇게 믿게 되지만 말이야
그래도 너랑은,
아주 오래도록
삶의 마지막까지 닿아있고 싶어
같은 마음이여 줄 거지?
ⓒ 2025 Moussy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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