날 구원해준 친구에게




 





우리가 스물 한살이었던 여름

내가 죽겠다고 바다에 뛰어들었던 그 여름 말이야.

나는 그 날 이후로 바다만 가면 그렇게 네 생각을 해.

지금의 넌 어떨지 모르겠지만,

나는 여전히 그날이 생경하고 앞으로도 그 날의 기억에 빚지며 살아갈 것 같아.

내가 죽으려고 뛰어들었던 그 해수욕장에서, 그 새카만 새벽에,

너는 나를 구하겠다고 함께 바다에 뛰어들었잖아.

너는 나보다 키도 두 뼘 가까이 작고, 어딜 가든 작고 왜소한 사람이면서.

그 날의 너를 생각하면 나는 지금도 마음이 많이 메여.

한참이 지나서야 너는 내게 그런 말을 적어주었지.

계곡물에 발만 담가본 사람은 바다에 빠져 허우적대는 기분을 평생 모르고 살 거라며.

그치만 나는 버둥거려 봤으니, 무조건 잘 살 거라고.

그렇게 완고하고 아름다운 영혼으로

그렇게 따뜻한 말을 쉽게도 건네주는 너를..

그런 너를 나는 정말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어.

런던에서도, 파리에서도, 하물며 베를린에서도
나는 줄곧 너를  떠올렸어.

내가 어떤 도시에 있든 그 사실과는 별개로

내가 가장 돌아가고 싶은곳은 네 곁이었으니까.


나는 이제 구원이라는 말을 섣불리 믿지도, 쓰지도 않는 사람이 되었지만

너는 영원히 내게 구원 그 이상의 의미일 거야.

너는 새벽 산책을 하다가도
별이 잘 보이면 일단 길바닥에 눕고 마는 사람,
별안간 아무 계획도 없이
당장 한시간 뒤에 기차를 타자고 하는 사람.

친구를 위해 물에 뛰어들 줄 아는 사람,
꿈을 위해서라면 무엇도 주저하지 않는 사람.


아무리 저명한
곳에 소속되어 있다 하더라도
사실 중요한 것은 공간이 아니라며,
많은 것들이 실은 신기루일지도 모른다고 말해준 사람

너 덕분에 나는 너처럼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되었고,
사고와 사유의 차이를 아는 사람이 되었고,
또 고립과 고독의 차이를 아는 사람이 되었어.

‘그럼에도 불구하고’ 라는 부사를 가장 좋아하는 사람이 되었고,
‘사랑스러운’ 이라는 형용사를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됐다.

낭만만 좇으며 달리 실속은 없는 사람이 되었지만,
나는 지금 내 모습이 썩 좋아.

너를 거쳐간 내 스물 무렵의 시절이 참 좋고,

그 시절 너를 거쳐 지금의 모습이 된게 사무치게 좋아.

나에 대해 가장 많이 알려준 건 우습게도 너였어.

너는 꼭 모든 사람으로 살아본 것 마냥
모든 사람을 이해하고 또 사랑했지.

그 안에 내가 있었다는게 내겐 영원히 가장 큰 축복일 거야.



바다에 온 김에 맥주를 한 잔 마셨고
나는 전혀 취하지 않았지만
그냥 네 생각이 나서 써 봐.




잘 지내.

잘 살아.

온 마음을 다해서, 네가 전력으로 행복했으면 좋겠어
.



안녕.
























05:48



    날 구원해준 친구에게



애인에게



나경에게


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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